전체 글 190

땀흘리며 문장의 숲을 거니는 재미

땀흘리며 문장의 숲을 거니는 재미 양태룡(인문고전연구소 경인학당 대표) 요즘 나는 중국의 명문장들을 깊이 읽고 강의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에게, 공부하며 정리한 글들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짐짓 걱정 섞인 목소리로 묻습니다.“이 나이에 무슨 또 머리 아프게 책이고 공부냐?”나는 그 다정한 타박에, 굳이 말로 대꾸하기보다 내 하루를 보여주며 답하고 싶었습니다. 나의 하루는 아침 산행의 맑은 공기로 시작됩니다. 숲의 숨결로 정신을 깨우고 나면, 오후에는 밭으로 나가 직접 흙을 일굽니다. 편리한 기계의 힘을 빌리면 훨씬 수월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굳이 삽을 듭니다. 그것은 기계를 부정하거나 문명을 거슬러 살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04.03

촌부의 소회, 당신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양태룡(중랑구청 평생학습관 전문강사) 오늘날 우리는 빛의 속도로 쏟아지는 정보와 타인의 시선이 얽힌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손안의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우리를 호출하고, 우리는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채 타인이 설계한 삶의 궤적을 따라 허우적거립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몸은 도심에 있지만, 마음은 디지털 망령이 되어 떠돌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게 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지금 가평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가올 강의를 준비하며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자연이 주는 정직한 노동의 기쁨을 맛보는 중입니다. 아침에는 산에 올라 나무가 겨우내 품었던 고로쇠 물을 받고, 낮에는 흙냄새를 맡으며 묵은 밭을 일구었..

글쓰기 2026.04.02

9강 백거이-장한가,양죽기,비파행, 두보-아방궁기

강의 도입: 시대의 목격자, 백거이와 두목오늘 배울 네 편의 글은 당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백거이(白居易)와 두목(杜牧)의 걸작입니다. 이들은 화려했던 당나라가 기울어가던 시기, 화려함 뒤에 숨겨진 슬픔과 몰락의 교훈. 1. 백거이(772~846)서민적인 시인: 백거이는 쉬운 시를 쓰기로 유명. 노파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한 언어를 썼지만, 그 속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 깊게 배어 있다. 좌절과 초탈: 젊은 시절 열혈 관료였으나, 정치적 모함을 받아 '강주사마'로 좌천되는 시련. 이때 탄생한 곡이 바로 비파행>. 이후 세속의 명리보다 대나무와 같은 절개(양죽기>)와 인생의 허무함(장한가>)에 주목. 2. 두목(803~852)풍류와 경세: 두목은 '소두(小杜)'라 불릴 만큼 뛰어난..

멱라수와 우즈강, 두 삶이 만나는 자리

멱라수와 우즈강, 두 삶이 만나는 자리굴원과 버지니아 울프는 살아간 시대도, 나라와 문화도 전혀 다르다. 굴원은 전국시대 초나라의 충신이자 시인이었고,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였다. 겉으로 보면 두 사람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놀랄 만큼 닮은 점이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시대의 혼란 속에서 누구보다 예민하게 세계를 받아들였고, 끝내 그 고통을 온몸으로 견디다 강물 곁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깊은 공명을 이룬다. 굴원의 삶은 한마디로 말해, 올바름을 지키려다 시대와 충돌한 삶이었다. 그는 초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나라가 바른 길로 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는 그의 뜻과 달랐다. 간신들은 득세했고, 임금은 충언..

글쓰기 2026.03.21

8강 유종원 작품 감상(재인전, 포사자설,종수곽탁타전)

중앙 정치 무대에서 밀려난 유배 생활 중, 민중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국가의 역할과 통치자의 자질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의 글은 나무를 심거나 뱀을 잡는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할 것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으로 향합니다. 오늘 살펴볼 세 작품은 각각 전문가의 리더십(재인전>), 가혹한 수탈의 비극(포사자설>), 그리고 자율과 순천(順天)의 정치(종수곽탁타전>)를 상징합니다. [본문 1: 재인전(梓人傳) - 참된 지도자의 설계 능력]이 글은 집을 짓는 목수(재인)를 통해 재상의 도리를 설파합니다.편견과 반전: 화자는 처음에 연장을 잡지 않고 지시만 내리는 재인을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자'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그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

굴원의 이소離騷를 읽고

굴원의 를 읽으면 인간이 이 세상 속에서 어떠한 궤적을 그리며 살아가야 하는지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적당히 타협하며 살기를 권한다. 너무 바르게 살려 애쓰지 말고, 속내를 지나치게 솔직하게 드러내지도 말며, 그저 남들과 비슷한 보폭으로 맞춰 걷는 것이 편안한 길이라 속삭인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많은 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본래 생각과 마음을 조금씩 접어두고, 세상이 원하는 둥근 모습으로 스스로를 깎아내며 변해간다. 그러나 굴원은 결코 그러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탁류처럼 혼탁하게 흘러가더라도, 자기 내면의 맑은 물결만큼은 더럽힐 수 없다고 믿었다. 의 "지조지불군혜(鷙鳥之不群兮)", 즉 ‘사나운 새는 무리 짓지 않는다’는 구절은 이러한 그의 ..

글쓰기 2026.03.21

7강 한유의 작품감상

"오늘 우리가 만날 인물은 당나라 최고의 문장가, 한유입니다. 그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글은 세상의 뒤틀린 물줄기를 바로잡는 '보(洑)'였고, 억울한 심정을 터뜨리는 '울음'이었습니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유는 8편의 명문으로 답합니다.“ 시대적 배경: '도(道)'가 무너진 시대당시 당나라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정신적으로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스승을 비웃고, 아첨하는 글이 넘쳐나며, 인재는 버려지는 시대였죠. 한유는 말합니다. '옛 성인의 도(道)로 돌아가야 한다!' 이 외침이 바로 그 유명한 고문운동(古文運動)입니다. 오늘 우리는 붓 한 자루로 황제에게 맞서고, 악어에게 호통을 치며, 자신의 가난을 귀신이라 부르며 ..

들어가면서

삶의 길을 잃은 당신에게 건네는 보물 상자, 《고문진보》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전장을 달리는 마라토너입니다. 때로는 한강의 차가운 새벽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러너처럼, 때로는 고요한 도서관 한켠에서 정답 없는 인생의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구도자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숨 가쁘게 달리는 우리 앞에는 늘 희미한 안개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집값과 주식의 등락, 노후의 불안, 관계의 갈등 속에서 우리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나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옛 성현들의 문장 속을 거닐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조선의 선비들이 머리맡에 두고 평생 읽었다는 한 권의 책을 다시 만났습니다. 바로 《고문진보(古文眞寶)》, 고대의 보배로운 문장을 모은 책입니..

고문진보 특강 2026.03.10

6강 두보의 작품감상

고통의 진흙탕에서 피어난 시의 성자, 두보1. 강의를 열며: 우리가 두보를 읽어야 하는 이유 여러분, 인생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좌절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세상의 부조리를 보며 가슴이 답답했던 적은요? 오늘 우리가 만날 시인은 평생 가난과 질병, 그리고 전쟁이라는 거대한 불운 속에서 살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그 눈으로 시대의 아픔을 기록했습니다. 바로 **두보(杜甫)**입니다.2. 시선(詩仙)과 시성(詩聖)의 차이 지난 시간 배운 이백이 술잔을 들고 달로 날아오르려 했다면, 두보는 굶주린 이웃의 손을 잡고 함께 울었습니다. 이백의 시가 '우주적 낭만'이라면, 두보의 시는 '지독한 리얼리즘'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시의 성인, '시성'이라 부릅니다. ..

5강 이백의 작품 감상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이백을 만나다1. 강의를 열며: 왜 지금 이백인가? 여러분, 혹시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거나, 술 한 잔에 세상 시름을 잊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 우리가 만날 시인은 1,300년 전 당나라 사람이지만, 현대인보다 더 뜨거운 자유를 갈망했던 인물입니다. 바로 '시의 신선'이라 불리는 **이백(李白)**입니다.2. 이백의 두 얼굴: 협객과 신선 이백은 단순히 글만 쓰는 문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 손에는 술잔을, 다른 한 손에는 날카로운 검을 든 '낭만적 혁명가'였습니다.신선(仙): 속세를 초월해 우주를 유람하고자 했던 고결한 영혼.협객(俠): 불의를 참지 못하고 세상을 구제(濟代)하려 했던 뜨거운 심장.3. 학습 포인트 오늘 강의에서는 이백의 화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