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고전 강의/논어 교실

仁, 더불어 함께

벽암거사 2025. 8. 20. 22:52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안연편12-22>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일을 처리할 때는 신중히 하며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할 때는 충실히 하라. 그러면 비록 오랑캐의 땅에 가더라도 버려지지 않는다.” <자로편13-19>

인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은 남보다 먼저 하고 이익을 얻는 것은 뒤에 한다. 이를 일러 인이라 한다.” <옹야편6-20>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인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존중하며 사랑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바로 관계성의 시작에서 인을 정의한 것이다.

사람관계를 하면서 평상시 겉으로 드러나는 용모는 공손하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모습은 신중하고 자기 일을 충실하게 하면 어디를 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평소에 공손하고 신중하며 매사에 충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인이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익은 먼저 취하고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루거나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몸에 배였는데 어려운 일부터 먼저 하고 이익은 나중에 취하라는 주문이다. 실로 인의 길은 험난하고 어렵다.

다음은 자공이 묻는다.

 

만약 백성에게 널리은혜를 베풀어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인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어찌 인하다고만 하겠느냐?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순 임금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늘 걱정했다. 인이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부터 세워주고, 자기가 (목적을) 달성하고 싶으면 남을 먼저 달성하게 한 후에야 자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자기에게서 미루어 남까지 이해하는 것이 인의 방도라 할 수 있다.” <옹야편6-28>

 

자공은 머리가 뛰어나 사물을 통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제자들처럼 인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인의 단계를 넘어서 성인도 어려워했던 박시제중博施濟衆의 경지를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이익부터 챙기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데 앞에서 언급한 네가 원하지 않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마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네가 서고 싶으면 남을 먼저 세우고 네가 통달하고 싶으면 남을 먼저 통달하게 하라는 적극적인 주문이다. 세운다는 것은 독립된 존재, 인격체로 우뚝 서는 것이고 통달한다는 것은 사방이 막히지 않고 두루 통하여 무엇인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내가 그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것으로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나 자신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듯盡己以忠 나를 미루어 다른 사람에게 미쳐推己及人 서로가 귀중한 존재임을 느끼는 충서忠恕가 인이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났다. 젊은 시절 애국심이라는 명목으로 그리스 독립을 위해서 터키, 불가리아 사람을 죽이고 가옥을 불살랐다. 좋은 사람-내 가족, 내 이웃, 우리 조국-과 나쁜 사람-옆 집, 다른 고장, 다른 나라-으로 구분 짓다보니 상대입장에서는 내가 악마였다. 조르바는 뒤늦게야 스스로 애국심의 노예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자유란 속지 않는 것인데 애국심에 속았고 인간 생명에 악행을 저질렀음을 알았다.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인을 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묻는다.

 

장인이 자신의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먼저 연장을 날카롭게 해야 하는 법이다. 한 나라에 살면서 어진 관리를 섬기며, 그 나라의 어진 사람을 벗으로 삼아야 한다.” <위령공편15-9>

 

기술자가 그 일을 잘하고자 할 때는 기계나 장비, 연장을 예리하게 다듬어 일을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 준비를 한다. 기술을 습득하는 길은 배우기를 즐기는 자세에서 기인한다. 어진 관리를 섬기는 것은 인재의 중요성과 대인을 공경하는 마음이다. 어진사람과 벗하는 것은 사랑으로 대하는 사람들과 교류함으로 인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들었지만 손에 잡히는 그 무엇이 없다. 안개 속에 갇힌 것 같기도 하다. 자장이 실천 덕목을 묻는다.

 

천하에 다섯 가지를 실천할 수 있으면 인이라 한다.” 그 내용을 묻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공손, 관대, 신뢰, 민첩, 은혜로움이다. 공손하면 모욕당하지 않고 관대하면 무리를 얻고 신뢰가 있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민첩하게 행동하면 공을 이룰 수 있고 은혜를 베풀면 사람을 부릴 수 있게 된다.” <양화편17-6>

 

자장은 항상 큰 그림을 그리며 형이상학적 생각을 하고 있어 현실감각이 다소 뒤떨어진 면이 있었다. 공자는 그의 눈높이에 맞춰 손에 잡히는 실천적인 행동을 제시한다. 공손하면 모욕을 당하지 않는다. 오만불손하면 모욕을 당하기 쉽다. 공손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칭찬하는 자세로 다가갈 때 자발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어 열심히 일하고 지도자를 따르게 된다.

두 번째, 관대하면 사람을 모을 수 있다. 하급자의 실수와 실패를 다그치기보다는 격려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신명을 바쳐 일 할 것이다. 사무실에 새로운 직원이 왔는데 일 처리가 미숙하고 열정이 부족하여 혼을 낸 적이 있다. 결과는 갈등과 짜증의 연속이었다. 지적하고 질타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업무절차와 범하기 쉬운 오류를 제시했더니 자신도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노력하더라.

세 번째, 신뢰가 있으면 남이 일을 맡기게 된다. 공자는 나라를 이루는 근간으로 충분한 경제력, 국방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 3가지를 제시했고 신뢰를 으뜸으로 삼았다. 신뢰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도 근본이 된다. 부부간에도 신뢰가 무너지면 불행이 찾아오고,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매출이 떨어져 기업의 존립이 위태할 수 있다.

네 번째, 맡은 일을 민첩하게 처리하면 공적을 세우게 된다. 번지러한 말보다는 민첩한 행동이 필요하다. 제품을 주문 받고 납기 일자를 맞추지 못하면 다시는 거래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민첩의 의미는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정확성과 질적 우수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다섯 번째, 은혜를 베풀면 사람들은 우호적이고 협조적이다. 상대가 필요한 것을 해결해 주면 상대도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

 

인의 세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높은 도덕 수준과 능력을 요구한다. 공자는 제자들이 군사를 지휘(자로)하고 행정능력(염유)을 갖추고 외교적 수완(공서적)이 뛰어나다고 인정하지만 인한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영윤 자문은 3번이나 관직에 등용되었다. 등용과 물러남의 과정에서도 기뻐하거나 슬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가 도덕수준과 능력이 있어 직책에 충실할 뿐이지 인한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제나라의 최자가 제후를 살해하자 말 10승을 버리고 떠난 진문자에 대해서도 맑다고 할 뿐이지 인한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소인배 근성의 금기사항을 배제한다면 인한 것일까? 원헌이 묻는다.

 

남에게 이기기를 좋아하고 자기의 공적을 내세우고 남을 원망하고 욕심부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어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한지는 모르겠다.” <헌문편14-2>

 

 

남을 이기기를 좋아하는 호승好勝, 자기의 공적을 내세우는 자긍自矜, 남을 원망하는 분한忿恨, 욕심 부리는 탐욕貪慾,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거라고 본 것이다.

제나라의 환공을 춘추5패의 으뜸으로 만든 관중을 두고 인한지 논쟁도 벌인다. 관중은 소백(환공)과 규와의 군주 쟁탈전에서 소홀과 함께 규의 편에 섰던 사람이다. 자로가 묻는다. “환공이 규를 죽이자 소홀은 죽었으나 관중은 죽지 않았다. 어질지 못한 자가 아닙니까?” 무사기질의 자로입장에서는 자기가 모신 주군과 생명을 같이 하지 않은 것은 불충으로 보았다. 공자가 말한다. “환공이 각 나라의 제후들을 규합하되 무력으로 하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다. 그의 인만 같아라.”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질서를 확립했으니 인정해 주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자공이 반박조로 다시 묻는다. “관중은 어진 자가 아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거늘 죽지 않고 오히려 도왔다.” 충성은커녕 배신까지 했다는 지적이다. 공자는 말한다. “관중이 환공을 도와 으뜸군주로 만들어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게 했다. 그의 공덕이 아니었더라면 제나라 사람들은 오랑캐의 신세로 전락했을 것이다. 어찌 한낱 의리라는 명목으로 도랑에 목을 매어 죽어도 알아주는 이 없는 필부와 같겠는가.” 행위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미치는 영향을 봐서 인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공자의 눈높이에서 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살펴보자.

은나라에 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셋 있었다.

 

미자는 떠나고, 기자는 노예가 되고, 비간은 간언하다 죽었다. 공자가 말했다. “은나라에 3명의 인자가 있었다.”<미자편18-1>

 

세 사람 모두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과 관계가 있다. 사마천의 <사기>주왕은 자질과 말솜씨가 뛰어나 일처리가 신속했고 어떤 일을 보거나 듣고 교묘히 합리화시키는 변설에도 능했다-자변첩질 문견심민資辯捷疾 聞見甚敏-’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재능을 덕을 쌓는데 쓰지 않고 나쁜 쪽으로 쓴 것이 문제였다. 주왕은 달기라는 여자에 빠져 폭정을 하다가 주나라의 무왕에 의해 멸망했다. 미자는 주왕의 이복형으로서 동생의 폭정에 간언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나라를 버리고 떠났고, 나중에 주나라 무왕의 배려로 송나라의 제후에 봉해졌다. 기자와 비간은 주왕의 숙부이다. 기자는 미치광이처럼 가장하고 노예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 거문고를 뜯으며 슬픔을 달랬다. 이 가락을 후세사람들이 기자조箕子操라고 불렀다. 비간 또한 간언하였더니 주왕은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이 7개 있다는데 확인해 보자며 배를 갈라 죽였다.

세 사람 모두 다 백성의 안위를 위해서 간언하다가 나라를 떠나고, 노예가 되고, 죽임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기에 인하다고 본 것이다.

백이와 숙제의 경우다. 둘은 고죽국의 왕자인데 아버지가 후계자로 동생인 숙제가 맡도록 유언을 했다. 하지만 동생은 형에게 형은 동생에게 미루다가 떠나 버렸다. 왕의 자리를 서로 양보한 것이다. 자공이 묻는다.

 

백이와 숙제는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옛날의 현인이다.” “원망했을까요?” 공자가 인을 구해서 인을 얻었는데 무엇을 원망해라고 말했다.<술이편7-15>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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