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고전 강의/논어 교실

인, 더불어 함께

벽암거사 2025. 8. 18. 18:22

, 더불어 함께

 

인의 개념

 

예수는 박애를, 부처는 자비를, 공자는 인을 말했다. 이 세 단어의 공통점이 사랑이다. 인은 공자사상의 핵심이다. 박애나 자비는 정확히는 몰라도 대략 무슨 뜻인지 손에 잡히는데 인이라는 글자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설문해자에 인은 친하다는 의미다. 과 이로 이루어진 회의자.’라고 되어 있다. 한자어 어질 인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어질다정도이다. 어질다는 얼이 짙다에서 온 말로 심성이 착하다, 행위의 아름다움을 뜻한다. 먼저 인이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사람 인+두 이의 조합이다. 두 사람이 뭔가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인을 개념 지을 수 있다.

필자는 인의 출발점이 가정이라고 본다.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으로 가정을 이룬다. 사랑의 결실로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형성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한다. 형제간에는 서로를 공경()하는 관계. 인이라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이 서로 더불어 하는 것이다. 우선 한 가정에서 사랑이 시작되어 그 따뜻한 기운이 이웃을 넘어 사회로 번져 나가는 단계적인 사랑-별애別愛-이라고 보았다.

 

맹자가 말했다. “군자가 사물을 대함에 있어 아끼고 사랑하지만 인하게 대하지는 않고, 백성을 인자하게 대하지만 친밀하게 대하지 않는다마땅히 친한 사람을 친밀하게 대하고 나서 백성들에게 인자하게 대하고, 백성들에게 인자하게 대하고 나서 사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맹자 진심편 상45>

 

유가儒家는 사랑()의 실천을 철저히 단계화하고 있다. 친한 사람과 백성 그리고 사물 순으로.

인의 개념을 선대의 학자들이나 문헌에서 찾아보자. 주자는 인을 마음의 덕이요, 사랑의 이치라고 했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차이는 미미하다고 한다. 영국의 내과의사 에드워드 타이슨은 침팬지 해부를 통해 해부학적으로 별 차이가 없어 인간과 동물의 본성이 거의 유사하다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인간과 동물의 미세한 차이에서 덕을 쌓아가는 것을 마음의 덕이라 보고 사랑의 이치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나서 그 사랑을 이웃으로 지역사회로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고 보았다.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인이란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이 서로 더불어 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더불어 함께하며 살아가는 삶은 사회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산은 정조대왕의 신임을 받다가 전남 강진으로 유배되어 약 4년을 주막에서 보냈는데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주막집 노파가 챙겨주었다. 여기서 다산은 관계성과 더불어 사는 삶을 절실히 느꼈다.

동의보감에는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고 정의하고 있다. 혈액이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고 막히면 마비가 온다. 인이라는 것은 서로가 소통한다는 의미다.

 

제자가 인을 묻다

 

이제 논어 본문으로 들어가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전하는 인에 대해서 알아보자.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에 대해서 제자들이 물을 때마다 답이 달랐다. 품성과 자질, 처한 상황에 따라 인을 달리 설명하고 있다.

먼저 가장 신뢰하는 제자 안회가 인을 묻는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단 하루라도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다 인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인을 행하는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요, 어찌 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겠느냐?” <안연편12-1>

 

안회에게 극기복례의 도리를 전하다8

















 

공자의 유명한 극기복례克己復禮이다. 은 승으로 자기를 이기는 것이다. 이기심, 욕심을 접고 자신의 몸을 단속-약신約身-하여 자기만을 위한 에고ego를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욕심-신지사욕身之私欲-을 말한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자신을 향한 온갖 욕심이나 욕정 같은 것을 극복함으로서 스스로를 단속하는 것이다.

다이어트와 관련하여 이야기 해보자. 저녁을 먹고 나서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는데 허기를 참지 못하고 냉장고 문을 열고 간단한 것부터 배를 채운다. 치즈하나 꺼내 들고 우유 한 잔 추가하다가 빵 한 조각 먹다보면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자고 결심을 미룬다. 마지막 종결자는 라면으로 배를 채운다. 극기를 못한 탓에 배는 점점 나오고 건강검진하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이른바 종합병원이 되고 만다.

극기는 달리 표현하면 자신을 위해서 노력을 다하되 나만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나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울 밖으로 나의 의식을 내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공의 장소로 몸을 내 던지지 않고 몸을 추스르고 주위를 살피는 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이다. 내 몸을 단속約身하고 나를 계속해서 꾸짖는自責행위, 이 상태가 되어야 극기이다. 요즘 미국의 트럼프를 보면 대통령직에 대한 권위는 없다. 우방국과의 방위협상을 단지 거래의 대상으로 만 취급하여 ego만 존재하는 듯하다. 극기가 안 된 사람이 정치현장에 나타나면 불행한 사회가 된다. 반대로 송양지인의 고사처럼 개인적인 도덕률에 빠져 군주로서 본분을 망각해서도 안 된다.

복례復禮은 천으로 반복하여 실천하는 개념이고 예는 천리天理를 구분지어 겉으로 드러내는 천리지절문天理之節文이다. 상대를 획일적으로 대하지 않고 차별성(,,,,장애)과 특수성(몸 상태, 처해진 환경에서의 조건)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대우하는 것이 복례復禮. 양보하는 것이고 질서이며, 차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돈을 벌어오라 여자에게 무겁고 힘든 짐을 져라 신입직원에게 중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하라고 하면 예가 아니다.

문제는 예의 개념이 권력자나 능력자중심으로 변질되었다. 유학은 한나라 때 동중서가 3-군위신강, 부위부강, 부위자강-을 만들면서 왜곡되었다. 맹자의 5-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수평적, 쌍무적 관계였는데 임금, 아버지, 남편 중심으로 슬쩍 바꿔치기 해서 오늘날 유학이 적폐의 대상인양 욕을 먹고 있다. 굳은 일, 힘든 일을 전가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상대방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의 실천은 무엇보다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내 생각대로 하지 않고 노인은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주고, 친구나 동년배는 믿음이 있게 행동하고, 사회적 약자는 품어주는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남도 나와 같음을 알고 그도 나와 같이 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인을 위하는 길이다. 안회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나보다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상호 존중과 존경이 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이라 일러 준 것이다.

다음은 중궁이 묻는다.

 

대문 밖으로 나가서는 큰 손님 맞이하듯 하고, 백성을 부릴 때에는 큰 제사 모시듯 하며 네가 원하지 않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마라.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안에서 원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안연편12-2>

 

손님을 대하는 요령을 보자. 우선 집안 청소부터 하고 음식을 준비하면서 맞이할 준비를 하는데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다. 내면적으로 극진히 모시겠다는 마음, 즉 공경심을 바탕으로 한다.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제기를 닦고 몸을 청결히 하면서 조상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지극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정성을 다함은 마음의 준비이다.

네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한 것은 인간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상대방이 좋아 할 리가 없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하라는 의미다.

자신의 뜻대로 하다가 불행을 부른 사례가 역사에 잘 나타나 있다. 조선시대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이다. 1735121, 영조의 후궁인 영빈이씨가 39세의 나이에 왕자를 낳았다. 이름은 이 선, 흔히 알려진 사도세자다. 조선왕조실록에 영조가 삼종의 혈맥이 끊어지려하다가 비로소 이어지게 되었으니, 돌아가서 앞선 임금을 뵐 면목이 서게 되었다. 즐겁고 기뻐하는 마음이 지극하고 감회 또한 깊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뿐. 세자가 9살이 되던 해 영조가 글을 읽는 것이 좋으냐? 싫으냐?” 고 물었다. 세자가 싫을 때가 많습니다.” 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영조가 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라고 한 것이다. 계속되는 꾸짖음에 세자는 정신병에 걸려 주변인물을 죽이는 끔직한 일이 발생했다. 마침내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비운의 역사를 맞이했다.

자녀진로와 관련하여 부자지간에 충돌이 일어난다. 국내굴지의 모그룹회장이 자살했다. 원래 문학도의 길을 가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기업경영을 하라고 한 것이다. 자기적성인 문학 쪽으로 진로를 정했더라면 그 분야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원하지 않았던 기업을 경영하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다음은 사마우가 묻자 공자가 말한다.

 

인이란 말을 조심하는 것이다.” 말을 조심하면 곧 인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실천하는 것이 어려우니 말하는데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안연편12-3>

 

사마우는 귀족출신으로 사마환퇴의 동생이다. 사마환퇴는 공자를 죽이려고 했던 인물로 행실이 바르지 못했다. 사마우도 잘났다 고 말이 많고 거만한 측면도 있었던 모양이다. 공자가 말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인을 이라고 했다. 입에 칼날(+)을 댄 것처럼 말조심하라는 것이다.

공자는 말 많은 사람을 싫어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재여宰予이다. 항상 삐딱하게 말대꾸하고 궤변으로 자기주장을 내세우니 멀리 했다. 말을 잘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꾸짖는 대목도 자주 등장한다. 공자는 말보다는 행동적 실천이 인이라고 본 것이다.

다음은 번지가 묻는다. 그는 공자의 마부로 약간 우둔했던 모양이다. 논어에서 번지는 인에 대해서 3번을 묻는다. 물론 물을 때 마다 공자의 가르침은 달랐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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