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동파 소식의 이야기다.
소식이 오언률에게 학문의 참뜻을 전하기 위해 지은 글로, 해의 비유를 들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해를 본 적 없는 장님이 있었다. 그는 늘 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며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 사람은 해를 구리쟁반과 같다고 하였고, 장님은 그것을 두드려 소리를 듣고, 해를 종과 같다고 착각했다.
다른 사람은 해를 촛불과 같다고 하였고, 장님은 촛불이 놓인 촛대를 떠올리며, 피리를 만지고 해의 형상을 상상했다. 그러나 해는 종도 피리도 아니었다. 본 적 없는 것을 단순한 설명과 비유로 이해하려 한 장님은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 장면을 함축한 말이 바로 盲人識日(맹인식일)”이다. 즉, 한 가지 감각이나 방법만으로 사물을 추구하면, 다른 결론을 내리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표현이다.
이 비유는 장자의 윤편 이야기와도 맞닿는다. 수레바퀴 장인 윤편은 제나라 환공에게 말했다. “손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응해야 도(道)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말로 전하면 겉껍질만 남고 정묘함은 빠져나갑니다.” 윤편의 가르침은 참된 도는 단순한 언어나 설명만으로는 알 수 없으며, 오랜 기간 몸과 마음으로 터득해야 함을 보여준다.
공자도 학문의 길을 기술자의 손끝에 비유하였다. 기술자는 작업장에서 손으로 직접 완수해야 일을 마칠 수 있듯, 군자는 학문을 통해 스스로의 도를 닦아 궁극의 경지(致)에 이른다고 했다. 듣기만 하고 말로 아는 것에 그친다면, 장님이 해를 종과 피리로 착각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학문은 반복된 수련과 실천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소식은 잠수부의 비유를 통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물을 알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 일곱 살에는 물가를 걸어 다니고, 열 살에는 물에 뜨는 법을 배우며, 열다섯에는 잠수하여 물의 도를 체득한다. 물을 알지 못하는 어른은 배만 보아도 두려워하고, 말만 듣고 무턱대고 물에 뛰어드는 사람은 곧 익사한다. 배우지 않고 도를 구하려는 자는 결국 스스로 위험에 빠진다. 이를 함축한 표현이 北人學沒(북인학몰)”이다. 단순히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는 학문의 도에 이를 수 없으며, 실천과 경험을 통해서만 참된 앎을 얻을 수 있음을 경계하는 표현이다.
결론적으로, 소식이 오언률에게 전한 가르침에는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다. 하나는 맹인식일처럼 한 가지 방법이나 감각에만 의존하면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북인학몰처럼 참된 앎은 반드시 체험과 실천을 통해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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