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滕王閣序-王勃
南昌故郡,洪都新府。星分翼軫,地接衡廬。
(남창고군, 홍도신부) (성분익진, 지접형려)
襟三江而帶五湖,控蠻荊而引甌越。
(금삼강이대오호, 공만형이인구월)
物華天寶,龍光射牛斗之墟;人傑地靈,徐孺下陳蕃之榻。
(물화천보, 용광사우두지허) (인걸지영, 서유하진번지탑)
雄州霧列,俊采星馳。臺隍枕夷夏之交,賓主盡東南之美。
(웅주무열, 준채성치) (대황침이하지교, 빈주진동남지미)
都督閻公之雅望,棨戟遙臨;宇文新州之懿範,襜帷暫駐。
(도독염공지아망, 계극요임) (우문신주지의범, 첨유잠주)
十旬休暇,勝友如雲;千里逢迎,高朋滿座。
(십순휴가, 승우여운) (천리봉영, 고붕만좌)
騰蛟起鳳,孟學士之詞宗;紫電青霜,王將軍之武庫。
(등교기봉, 맹학사지사종) (자전청상, 왕장군지무고)
家君作宰,路出名區;童子何知,躬逢勝餞。
(가군작재, 로출명구) (동자하지, 궁봉승전)
儼驂騑於上路,訪風景於崇阿。臨帝子之長洲,得仙人之舊館。
(엄참비어상로, 방풍경어숭아) (임제자지장주, 득선인지구관)
層巒聳翠,上出重霄;飛閣流丹,下臨無地。
(층만용취, 상출중소) (비각류단, 하임무지)
鶴汀鳧渚,窮嶋嶼之縈迴;桂殿蘭宮,列岡巒之體勢。
(학정부저, 궁도서지영회) (계전란궁, 열강만지체세)
披繡闥,俯雕甍;山原曠其盈視,川澤盱其駭矚。
(피수달, 부조맹) (산원광기영시, 천택우기해촉)
閭閻撲地,鍾鳴鼎食之家;舸艦迷津,青雀黃龍之舳。
(여염박지, 종명정식지가) (가함미진, 청작황룡지축)
虹銷雨霽,彩徹雲衢;落霞與孤騖齊飛,秋水共長天一色。
(홍소우제, 채철운구) (낙하여고무제비, 추수공장천일색)
漁舟唱晚,響窮彭蠡之濱;雁陣驚寒,聲斷衡陽之浦。
(어주창만, 향궁팽려지빈 (안진경한, 성단형양지포)
遙吟俯暢,逸興遄飛;爽籟發而清風生,纖歌凝而白雲遏。
(요음부창, 일흥천비) (상뢰발이청풍생, 섬가응이백운알)
睢園綠竹,氣凌彭澤之樽;鄴水朱華,光照臨川之筆。
(휴원록죽, 기릉팽택지준) (업수주화, 광조임천지필)
四美具,二難幷;窮睇眄於中天,極娛遊於暇日。
(사미구, 이난병) (궁제면어중천, 극오유어가일)
天高地迥,覺宇宙之無窮;興盡悲來,識盈虛之有數。
(천고지형, 각우주지무궁) (흥진비래, 식영허지유수)
望長安於日下,指吳會於雲間;地勢極而南溟深,天柱高而北辰遠。
(망장안어일하, 지오회어운간) (지세극이남명심, 천주고이북신원)
關山難越,誰悲失路之人;萍水相逢,盡是他鄕之客。
(관산난월, 수비실로지인) (평수상봉, 진시타향지객)
懷帝閽而不見,奉宣室以何年?
(회제혼이불견, 봉선실이하년)
嗚呼!
(오호)
時運不齊,命途多舛;馮唐易老,李廣難封。
(시운불제, 명도다천) (풍당이노, 이광난봉)
屈賈誼於長沙,非無聖主;竄梁鴻於海曲,豈乏明時?
(굴가의어장사, 비무성주) (찬양홍어해곡, 기핍명시)
所賴君子安貧,達人知命。
(소뢰군자안빈, 달인지명)
老當益壯,寧知白首之心;窮且益堅,不墮青雲之志。
(로당익장, 영지백수지심) (궁차익견, 불타청운지지)
酌貪泉而覺爽,處涸轍以猶歡 北海雖賖,扶搖可接;
(작탐천이각상, 처학철이유환) (북해수사, 부요가접)
東隅已逝,桑榆非晚。
(동우이서, 상유비만)
孟嘗高潔,空懷報國之心 阮籍猖狂,豈效窮途之哭
(맹상고결, 공회보국지심) (완적창광, 기효궁도지곡)
勃,三尺微命,一介書生。
(발, 삼척미명, 일개서생)
無路請纓,等終軍之弱冠 有懷投筆,慕宗慤之長風。
(무로청영, 등종군지약관) (유회투필, 모종각지장풍)
舍簪笏於百齡,奉晨昏於萬里。
(사잠홀어백령, 봉신혼어만리)
非謝家之寶樹,接孟氏之芳鄰。
(비사가보수, 접맹씨지방린)
他日趨庭,叨陪鯉對 今晨捧袂,喜托龍門。
(타일추정, 도배리대) (금신봉몌, 희탁용문)
楊意不逢,撫凌雲而自惜 鍾期既遇,奏流水以何慚?
(양의불봉, 무릉운이자석) (종기기우, 주류수이하참)
嗚呼!
(오호)
勝地不常,盛筵難再 蘭亭已矣,梓澤丘墟。
(승지불상, 성연난재) (난정이의, 재택구허)
臨別贈言,幸承恩於偉餞 登高作賦,是所望於群公。
(임별증언, 행승은어위전) (등고작부, 시소망어군공)
敢竭鄙誠,恭疏短引 一言均賦,四韻俱成。
(감갈비성, 공소단인) (일언균부, 사운구성)
滕王閣詩
滕王高閣臨江渚,佩玉鳴鸞罷歌舞。
(등왕고각임강저) (패옥명란파가무)
畫棟朝飛南浦雲,朱簾暮捲西山雨。
(화동조비남포운) (주렴모권서산우)
閑雲潭影日悠悠,物換星移度幾秋
(한운담영일유유) (물환성이도기추)
閣中帝子今何在 檻外長江空自流。
(각중제자금하재) (함외장강공자류)
**
남창은 예로부터 이름난 고을이요, 지금은 홍도라는 새로운 행정 중심지이다. 하늘의 별자리로 보면 익성과 진성의 구역에 속하고, 땅으로는 형산과 여산에 맞닿아 있다. 세 개의 큰 강을 끼고 다섯 개의 호수를 두른 형국이며, 남쪽의 만형 지방을 제어하고 구월 지역을 끌어안는 요충지다.
이곳은 만물이 빛나고 하늘의 보물이 모이는 곳이라, 용의 빛이 하늘의 우두성까지 비치는 듯하며, 땅이 영험하여 뛰어난 인물이 나니, 서유 같은 은자가 진번이 깔아준 침상에서 머무르기도 했다. 웅장한 고을에는 안개처럼 인재가 늘어서 있고, 준수한 인물들이 별처럼 모여든다. 성과 해자는 오랑캐와 중원의 경계에 놓여 있으나, 손님과 주인은 모두 동남 지방의 뛰어난 인물들이다.
도독 염공은 명망이 높아 위엄 있는 의장대가 멀리서도 그를 맞이하고, 신주를 맡은 우문공은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 잠시 수레를 멈추었다. 열흘마다 돌아오는 휴일을 맞아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였고, 천 리를 달려온 귀한 친구들로 자리는 가득 찼다. 교룡이 날고 봉황이 솟는 듯한 문장은 맹 학사의 문학적 권위요, 번개처럼 날카로운 칼과 푸른 서리는 왕 장군의 무예를 상징한다.
내 아버지는 고을의 수령으로 부임하였고, 나는 그 길을 따라 명승지를 지나던 중이었다. 철없는 어린 몸으로 어찌 이 자리가 무엇인지 알겠는가마는, 몸소 이 훌륭한 송별 연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수레를 갖추어 큰길에 오르고, 높은 언덕에서 경치를 찾는다. 제왕의 아들이 머물던 긴 모래톱을 바라보고, 신선이 머물렀다는 옛 관사를 찾는다. 겹겹이 이어진 산봉우리는 푸른빛을 세워 하늘 끝까지 솟아 있고, 붉은 단청의 누각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하며 아래로는 끝없는 강물이 내려다보인다.
학이 내려앉은 물가와 오리가 노니는 모래톱이 섬과 물길을 끝없이 휘감고, 계수나무 궁전과 난초 궁궐은 산등성이의 형세를 따라 늘어서 있다. 화려한 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조각한 지붕이 펼쳐지고, 넓은 들과 산은 시야를 가득 채우며, 강과 못은 눈을 놀라게 한다.
마을은 땅에 바짝 붙어 이어지고, 종소리와 솥에서 나는 연기가 끊이지 않는 부잣집들이 즐비하다. 큰 배들은 물길을 가득 메워 나루터를 헷갈리게 하니, 마치 청작선과 황룡선이 떠다니는 듯하다.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사라지자, 햇빛이 구름 사이를 꿰뚫는다. 저녁놀은 외로운 물새와 함께 날고, 가을 물은 끝없는 하늘과 한 빛깔이 된다. 어부의 배에서는 저녁 노래가 울려 팽려호의 물가까지 퍼지고, 기러기 떼는 찬 기운에 놀라 형양의 물가를 넘지 못한다.
멀리 읊조리고 내려다보며 가슴을 펼치니, 흥취가 날아오른다. 맑은 피리 소리에 바람이 일고, 고운 노래 소리에 흰 구름조차 걸음을 멈춘다. 휴원의 푸른 대숲은 팽택의 술잔보다 기운이 높고, 업수의 붉은 꽃은 임천의 붓보다 빛난다.
아름다운 경치와 훌륭한 인물이라는 네 가지 미덕이 모두 갖추어졌고, 주인과 손님이 함께한다는 두 가지 어려움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하늘 가운데까지 눈길을 다하고, 한가한 날에 즐거움을 극진히 누린다.
하늘은 높고 땅은 멀어 우주의 끝없음을 느끼게 되고, 흥이 다하자 슬픔이 밀려와 성쇠에는 정해진 이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해 아래의 장안을 바라보고, 구름 사이의 오회를 가리킨다. 땅의 기세는 남쪽 큰 바다로 끝나고, 하늘의 기둥은 높아 북극성마저 멀다.
험한 산과 관문은 넘기 어렵고, 길을 잃은 이를 누가 슬퍼해 주겠는가. 물 위의 부평초처럼 우연히 만난 우리는 모두 타향의 나그네다. 황제의 문을 그리워하나 만날 길 없고, 선실에서 부름을 받기까지는 어느 해를 기다려야 할까.
아, 세상 운수는 고르지 않고 인생길은 험난하다. 풍당은 쉽게 늙고, 이광은 끝내 봉해지지 못했다. 가의가 장사로 좌천된 데에는 성군이 없어서가 아니었고, 양홍이 바닷가로 숨어든 시대에 어찌 밝은 때가 없었겠는가.
다만 의지할 것은 군자가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통달한 자가 천명을 안다는 사실이다. 늙을수록 더욱 기개를 세워야지 어찌 백발의 뜻을 미리 꺾겠는가. 궁핍할수록 더욱 굳세어 푸른 구름에 오르려는 뜻을 버리지 않는다.
탐욕의 샘물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끼고, 마른 수레바퀴 자국에 처해도 기쁨을 잃지 않는다. 북해가 비록 멀어도 회오리바람을 타면 이를 수 있고, 동쪽 모퉁이는 이미 지나갔어도 저녁놀은 아직 늦지 않았다.
맹상군처럼 고결한 사람은 헛되이 나라를 위하려는 마음만 품었고, 완적처럼 광방한 사람은 어찌 막다른 길에서 통곡을 흉내 내겠는가.
나 왕발은 보잘것없는 목숨을 지닌 한낱 서생에 불과하다. 종군처럼 약관에 공을 세울 길은 없으나, 붓을 던지고 뜻을 펼치고자 하여 종각의 장풍을 흠모한다. 관직의 장식은 내려놓고 먼 곳의 부모를 섬기며, 사씨 집안의 명문 자제는 아니지만 맹씨의 훌륭한 이웃과 사귀게 되었다.
훗날 뜰에서 가르침을 받게 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용문에 기대어 영광을 얻는다. 양의가 때를 만나지 못해 능운부를 어루만지며 스스로를 아꼈듯, 종기가 이미 만난 지금 내가 어찌 물 흐르는 곡을 연주하며 부끄러워하겠는가.
아, 훌륭한 땅은 늘 머물지 않고, 성대한 잔치는 다시 열기 어렵다. 난정의 모임은 이미 사라졌고, 재택은 폐허가 되었다. 이별하며 글을 남기니, 큰 송별의 은혜를 입은 것이 다행이다. 높은 곳에 올라 부를 짓는 일은 여러 공경들께 기대하겠다.
감히 소박한 정성을 다해 짧은 서문을 올리니, 한마디로 부를 이루고 네 운으로 시를 완성한다.
「등왕각시(滕王閣詩)」 풀이
등왕의 높은 누각은 강가에 우뚝 서 있고, 옥 장식이 울리며 노래와 춤은 이미 끝났다. 그린 들보 위로는 아침마다 남포의 구름이 날고, 붉은 발 아래로는 저녁이면 서산의 비가 걷힌다.
한가로운 구름과 깊은 못의 그림자는 날마다 유유히 흐르고, 만물은 바뀌고 별은 옮겨가며 몇 번의 가을이 지났는지 모른다. 누각 안의 제왕의 아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난간 밖으로는 긴 강물만이 헛되이 흐를 뿐이다.
**
1. 서두 ― 공간의 장엄함과 시대적 자부
남창은 예부터 내려온 고을이요, 지금은 홍도라는 새 행정 중심지이다. 하늘의 별자리는 익성과 진성에 갈라지고, 땅의 형세는 형산과 여산에 맞닿아 있다. 삼강을 옷깃처럼 두르고 오호를 띠처럼 감았으며, 남쪽으로는 만형을 제어하고 동쪽으로는 구월을 끌어안는 요충지다.
이곳은 사물이 찬란하고 하늘의 보배가 모이는 곳이라, 용의 기운이 소와 북두의 별자리에까지 뻗치고, 땅이 영험하니 인재가 나서, 옛날 서유가 진번의 평상에 모셔질 수 있었다. 웅대한 주(州)는 안개처럼 늘어서 있고, 뛰어난 인재들은 별처럼 달려온다. 성과 해자는 오랑캐와 중원의 경계에 기대고 있으되, 손님과 주인은 모두 동남 지방의 뛰어난 인물들이다.
→ 왕발의 감정
: “이 자리는 단순한 연회장이 아니라, 하늘과 역사와 인물이 한꺼번에 모인 무대다.”
젊은 왕발은 공간 자체에 압도되며, 자신이 지금 ‘큰 장면’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강하게 자각한다.
2. 인물 열거 ― 찬란한 연회, 그러나 그 속의 미묘한 거리감
도독 염공은 명망이 높아 의장대가 멀리까지 미치고, 우문 신주는 덕행이 뛰어나 수레 휘장이 잠시 머문다. 열흘의 휴가를 맞아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였고, 천 리를 마다않고 찾아온 벗들로 자리가 가득 찼다.
문장은 용과 봉황이 날아오르듯 맹 학사의 글이 으뜸이고, 보검은 자전·청상처럼 번뜩이니 왕 장군의 무예가 그러하다. 아버지는 지방의 수령으로 부임하고, 나는 명승지를 지나다 우연히 이 훌륭한 잔치에 몸소 참여하게 되었다.
→ 왕발의 감정
: 외견상으로는 겸손하지만, 내면에는 *“이 자리에 낄 자격이 없는 인물은 나뿐인가?”*라는 미묘한 자의식이 깔려 있다.
그는 자신을 ‘동자(童子)’라 낮추지만, 이미 문장과 인식은 이 자리를 감당하고 있다.
3. 등왕각의 경관 ― 절정의 도취
수레를 단정히 세우고 높은 언덕의 경치를 찾으니, 제자의 긴 모래톱에 임하고, 신선이 머물던 옛 누각에 이른다. 겹겹의 산은 푸르게 솟아 하늘 끝까지 닿고, 붉은 누각은 날아오를 듯 아래로는 땅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학이 노니는 물가와 오리가 앉은 모래톱이 섬들을 휘감고, 계수와 난초로 장식한 궁전은 산줄기와 나란히 늘어서 있다. 화려한 문을 열고 조각한 지붕을 내려다보니, 산과 들은 시야를 가득 채우고, 강과 늪은 눈길을 놀라게 한다.
비 갠 뒤 무지개는 사라지고 햇빛은 구름길을 꿰뚫는다. 지는 노을과 외로운 물새가 함께 날고, 가을 물빛은 긴 하늘과 한 색이 된다.
→ 왕발의 감정 (최고조)
: 순수한 도취. 계산도 좌절도 사라진 순간.
이 문장은 *‘젊음이 세계와 완전히 합일되는 찰나’*를 기록한 것이다.
4. 전환 ― 즐거움의 끝에서 밀려오는 비감
멀리 장안을 바라보되 해 아래에 있고, 오회는 구름 사이에 가리어 있다. 땅은 끝에 이르러 남해는 깊고, 하늘의 기둥은 높아 북극성은 멀다. 산과 관문은 넘기 어렵고, 길 잃은 이를 누가 슬퍼해 주랴. 부평초처럼 만난 우리는 모두 타향의 나그네다.
임금의 문을 그리워하나 뵙지 못하고, 언제나 선실에서 부름을 받을 것인가.
→ 왕발의 감정
: “나는 이토록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중앙 정치로 나아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풍경의 장엄함이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5. 자탄과 결기 ― 좌절을 넘어서는 선언
때를 만나지 못하고, 인생길은 굽이친다. 풍당은 쉽게 늙고, 이광은 끝내 봉해지지 못했다. 가의가 장사로 좌천된 것은 성군이 없어서가 아니며, 양홍이 바닷가로 숨어든 것도 밝은 시대가 없어서가 아니다.
군자는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달인은 명을 안다. 늙을수록 더욱 굳세고, 곤궁할수록 뜻은 더 단단해져 푸른 구름의 뜻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 왕발의 감정
: 좌절을 한탄으로 끝내지 않는다.
“지금 실패해도, 뜻이 꺾이지 않으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6. 자기 진술 ― 젊은 문인의 자의식
나는 왕발, 미천한 생을 받은 한낱 서생이다. 비록 띠를 청할 길은 없으나, 종군처럼 젊고, 붓을 던지고 나아가고픈 뜻은 종각의 장풍을 흠모한다.
언젠가 조정에 나아가 가르침을 받을 것이며, 오늘 아침에는 용문에 의탁한 것을 기쁘게 여긴다.
→ 왕발의 감정
: 패배자의 체념이 아니라, 지연된 출발선에 선 사람의 결연함.
7. 종결 ― 덧없음의 자각과 마지막 다짐
아, 좋은 땅은 늘 있지 않고, 성대한 자리는 다시 오기 어렵다. 난정의 모임은 이미 지나갔고, 자택은 폐허가 되었다. 이별하며 말을 남기니, 큰 송별을 받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비루하나마 마음을 다해 이 글을 짓는다.
→ 왕발의 감정
: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문장은 남는다는 자각.
8. 『등왕각시』의 감정
등왕의 높은 누각은 강가에 서 있고, 노래와 춤이 끝난 뒤 패옥 소리만 남았다. 아침엔 남포의 구름이 날고, 저녁엔 서산의 비가 주렴을 적신다.
한가한 구름과 못의 그림자는 날마다 흐르는데, 사물은 바뀌고 별은 옮겨 몇 해가 지났는가. 누각 안의 왕손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난간 밖의 장강만이 묵묵히 흐를 뿐이다.
→ 왕발의 최종 정서
인물은 사라지고, 시간은 흐르며, 오직 자연과 글만 남는다.
**
왕발의 『등왕각서』는 누각의 경치를 기록한 기문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인생과 시대, 지식인의 태도를 성찰한 사상적 산문이다. 글의 서두에서 왕발은 남창이라는 공간을 “물화천보, 인걸지령”이라 규정하며, 자연과 인재가 함께 빛나는 장소로 제시한다. 이는 이후 전개될 개인적 좌절을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시대적 조건 속에 위치시키기 위한 장치이다.
이후 글은 성대한 연회와 인재의 집결, 그리고 “낙하여고무제비, 추수공장천일색”으로 대표되는 자연미의 절정을 묘사하며 감흥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찬란함은 곧 “흥진비래, 식영허지유수”라는 인식으로 전환된다.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성쇠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음을 깨닫는 대목에서 글은 감정의 차원을 넘어 철학적 성찰로 나아간다.
왕발은 이어 “관산난월, 수비실로지인”, “시운불제, 명도다천”과 같은 구절을 통해 재능 있는 인물조차 뜻을 펼치기 어려운 현실을 인식한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좌절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의와 이광의 사례를 들어 실패를 시대와 운명의 문제로 보편화한 뒤, “군자안빈, 달인지명”이라는 태도를 제시한다. 궁핍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이 지식인의 품격이라는 선언이다.
결국 『등왕각서』는 화려한 미문을 통해 인생의 무상을 드러내고, 그 위에서 “궁차익견”, “동우이서 상유비만”이라는 희망의 윤리를 세운다. 이 글은 성공을 약속하지 않지만, 어떤 조건에서도 꺾이지 않는 정신의 존엄을 보여주는 당대 최고 수준의 지성적 자기 선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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