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주로 달리기, 등산, 논어읽기로 대부분 약속을 정하고 시간을 보낸다. 약초산행을 갈까? 하는데 박회장의 전화가 왔다. 평소 박회장의 열정은 익히 알고 있는데 친히 전화까지 받았으니 거절할 수 없어 참석한다고 통보했다.
막이 내리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청소년기에 많이 듣고 불렀던 당시의 히트곡이다. 얼마나 희망적이고 행복한 모습인가. 생각만 해도 싱그럽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웠나. 날씨 탓인지 더욱 청량하다. 극장 안은 냉방장치가 잘 가동되어 시원함을 넘어 춥기까지 하다. 인류가 생긴 이래 남자는 여자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저렇게 작업(?)을 해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는 말-통장5개를 약속하지만 마이너스 통장도 통장은 통장이다.-로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듯한 인생설계도를 제시한다. 여자(이필례)는 알면서도 잘 생긴 외모의 남편(강봉식)에 반했고 콩깍지가 끼어서인지 생활력에는 검증과정 없이 그렇게 넘어가서 가정을 이루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인가 보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으며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뮤직드라마 ‘당신만이’는 그냥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
딸 둘을 가진 부모는 종족번식의 본능 속에 대를 이을 아들을 바라면서 늦둥이를 낳지만 딸이다. 대신에 씩씩하게 키워나가야지. 40대 중반의 남자 주인공은 허구한 날 술타령에 친구 빚보증으로 빡빡한 살림에 둘은 익숙한 부부싸움을 연출한다. 일 년에 제사가 8번. 제사장 보는 날 콩나물 값 50원 깎은 일부터 부부싸움은 시작되었다. 부부싸움도 저렇게 웃음을 자아낼 수 있다면 매일해도 좋을 듯 싶다. 행복은 돈과 연결고리가 분명 있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다. 맛있는 음식도 문화공연 관람도 여행도 아이들 과외도 모든 것이 제한된다. 하지만 필자는 돈에 대한 정의를 ‘돈은 편리성은 주지만 편안함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생각한다. 편리성은 물질적 하드웨어적인 요소이고 편안함은 정신적 소프트웨어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부유하고 귀한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지 않은 부와 명예를 취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이다. 소시민이기에 월급봉투가 앏다고, 친구보증잘못으로 엉뚱한 2천 만 원 날렸다고 이혼하는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돈이 많고 지위가 높다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허구한 날 포토라인에 서는 고관대작이나 재벌총수를 보면 문제점은 저절로 풀린다. 돈은 분명 문명사회에서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주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남자주인공 강봉식은 나의 40대 모습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일희일비하는 모습. 남편은 3천 원짜리 머리핀을 보석 상자에 넣고 귀한 선물인양 포장해주는데 따발총으로 대사를 엮어내는 아내가 처음에는 역정을 내지만 싫지 않은 듯 남편이 꽂아준 머리핀을 반대방향으로 옮겨 꽂는다. 투박한듯하면서 위트로 재치있게 넘어가고 때로는 관람객과 호흡하는 애드립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곤 한다.
한 여름 밤의 청량함은 더욱 깊어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고민하게 만든다.
딸(강은지)은 자폐증이 있지만 재주꾼인 한영석을 결혼상대자로 데리고 가지만 부모의 반대도 만만찮다. “아빠는 완벽해서 결혼했어. 행복하면 되잖아” 잠시 멍해지는 순간이다. 이 또한 자비나 박애의 자세가 아니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결혼을 하는데 있어서 둘만의 사랑보다는 물질적, 외형적 조건을 중시하는 세상에 이런 신부가 몇이나 있을까? 승낙할 부모는 또 얼마나 될까? 힘든 일이고 난감한 문제지만 익살스럽게 넘기고 있다.
어느 듯 나이가 들어 여주인공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마지막 가면서도 남편 걱정을 하고 있다. 미운정 고운정에 인연의 끈이 그렇게도 단단하단 말인가. 돌이켜보면 인생이 너무 짧다.
필자는 올해로 결혼30주년이다.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이 시점에 배울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이제 즐길 만 한 나이인데 철각이라 자부하던 몸도 예전만 못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백발이 성성한 친구들도 있고, 야트막한 산도 오르지 못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이제는 부고장까지 날아들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는데 아내는 대전으로 교육받으러 가는 딸아이 짐을 챙겨주어야 한다며 발길을 집으로 옮기고 있다.
먼발치서 뒷모습 바라보며 공연제목이 ‘당신만이’인데 아직도 당신이라는 단어보다 앞서는 것이 엄마의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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