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수필

배움이 없으면

벽암거사 2025. 7. 16. 16:02

아침에 회의를 마치고 신문을 펼칩니다.

1면의 기사를 읽고 다음 면으로 넘기다 보면 묵직하게 한 묶음의 전단지가 들어있습니다. 대부분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넣어버리지만 가끔씩 전단지로 눈을 돌려봅니다.

내용인즉슨 개업인사, 상품선전 같은 홍보물이나 헬스 클럽, 다이어트, 미용, 노래교실 등 광고물이거나 눈을 자극하고 흥밋거리를 제공하는 전단지가 대다수이고 안타깝게도 인문 교양 같은 홍보물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TV에서도 교육용 강좌에는 방청석의 밀도가 낮은 반면, 노래교실 같은 프로그램에는 콩나물시루를 연상할 만큼 빽빽이 앉아 있습니다.

필자가 몇 년 전에 모 신문사 문화센터에서 문자학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는 얼마가지 못해서 폐강되었습니다. 물론 수강생이 부족한 때문이었지요.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는 문화에는 도취되어 문전성시를 이루고 지식을 습득하고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쪽에는 텅 비어 가는 강의실을 보면서 음식만 인스턴트화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구조도 변화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생활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 해소는 중요합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건강이라 함은 육체적인 튼튼함을 밑바탕으로 하여 정신적으로 안정성이 유지된 상태를 말합니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고 좋은 것만 찾아서 백화점을 찾아다니며 노래 부르고 흥얼거리는 삶에서는 꽃돼지의 배부름은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정신적인 성찰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맹자는 등문공 상 4편에 포식난의 일거이무교 즉근어금수飽食煖衣 逸居而無敎 則近於禽獸-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으면서 편하게 산다고 할지라도 배움이 없으면 새나 짐승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구운몽의 저자인 김만중의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자식들을 가르치면서 제 때 배우지 않고 사는 것은 차라리 빨리 죽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전라도로 유배되었던 정약용 선생은 두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폐족의 처지에 잘 대처하는 것은 오직 독서뿐이다. 독서야말로 인간의 으뜸가는 깨끗한 일이다고 가르쳤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인간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부단한 배움 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흥미를 추구하는 삶도 있지만 가치를 추구하는 삶은 더욱 좋습니다. 향락을 추구하는 삶도 좋지만 창조를 추구하는 삶은 내적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순간의 쾌락 속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화도 좋지만 배우고 익히면서 성숙되어가는 문화는 더욱 좋습니다. 배우지 않으면 마음이 감각기관의 지배를 받습니다. 수족이 뇌를 지배하는 균형 잃은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마음이 명령을 내리고 손과 발이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눈과 귀가 상전노릇하고 마음이 종처럼 봉사하는 존재의 노예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신체의 유산소운동이고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는 뇌의 유산소 운동입니다. 몸을 움직이면 신이 단련되고 책을 읽고 교양을 쌓아 마음의 수양을 이루면 그야말로 심신이 단련이 되는 것입니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고 쾌락을 찾을 수도 있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해 볼만 합니다. 여가시간을 쪼개서 지식습득을 위한 노력 속에 정신적 풍요를 누림과 동시에 학문적 성취를 통해서 적절한 교양미를 갖추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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