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과 푼격 사이
양태용(인문고전 연구소 경인학당 대표)
사상 최초로 대통령 부부가 함께 구속되는 사건 소식을 접하며, ‘품격’과 ‘푼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최근 한 사업가의 증언에 따르면, 김 여사는 영부인 자리에 오른 뒤 해외 사절과 외빈을 접하면서 명품 장신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명품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후 겉모습을 꾸미는 데 점점 치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수천만 원대의 고급 시계를 선물 받은 뒤 그 대가로 요직을 내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혼자만 보석 없어 민망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 사건은 ‘품격’과 ‘푼격’의 본질적 차이를 되새기게 한다. 품격은 내면의 단단함과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지식과 교양, 도덕성,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오랜 시간 쌓여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품격 있는 사람은 외모나 장신구보다 말과 행동, 그리고 일관된 가치관에서 빛이 난다. 반면 푼격은 겉치레와 허세에서 비롯된다. 값비싼 명품과 화려한 외양은 잠시 주목을 끌 수 있지만, 내면이 빈약하면 금세 빛이 바랜다. 돈으로 치장한 자존감은 외부의 환경에 흔들린다.
공자는 “文質彬彬然後君子(문질빈빈연후군자)”라 했다. 겉모습(문)과 내면의 질(질)이 조화를 이루어야 군자라는 뜻이다. 내면은 허약한데 겉만 번드르르하게 꾸민다면 조화는 깨지고, 결국 푼격으로 전락한다.
또한 공자는 외부의 유혹이나 가치관이 흔들릴 때, 마부처럼 채찍을 잡고 오직 물질적 이익만 좇는 ‘執鞭之士(집편지사)’의 길을 피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옳다고 믿는 바를 좇는 ‘從吾所好(종오소호)’의 자세를 지향 했다. 돈보다 의미를, 재물보다 사람을, 그리고 이웃 사랑을 넘어 온 세상의 평화를 추구한 것이다. 논어의 이 한 구절만 제대로 가슴에 새겼어도, 국격을 떨어뜨리고 감옥에 갇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품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독서와 성찰, 그리고 경험에서 비롯되는 깊이가 그 기반이다. 반대로 푼격은 단기간에 ‘구입’할 수 있지만, 그 가치는 오래가지 않는다. 보석과 시계는 세월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지만, 그것을 지닌 사람의 내면이 빛나지 않으면 그 광채는 공허하다.
품격은 시간을 이기지만, 푼격은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진정한 멋은 고가의 목걸이나 시계 같은 보석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달려 있다. 자기 확신이 없고 가치관이 불안정하면, 푼격으로 품격을 가장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그 순간, 본래의 품격이 드러난다.
시계보다 값진 것은 결국 ‘세월을 품격 있게 살아온 흔적’이다. 그것은 살 수도, 빌릴 수도 없으며, 오직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격을 지키는 길은 금과 보석이 아니라, 품격을 잃지 않는 절제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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