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수필

만족vs불만족

벽암거사 2025. 8. 24. 10:35

만족과 불만족

세상은 온통 불평과 불만, 시기와 질투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이미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중심에는 ‘만족’이 아니라 ‘불만족’이 자리한다. 왜 우리는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까. 그 답은 만족이라는 감정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만족을 아는 사람은 음식이든 관계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되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반면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즐거움을 사랑하면서도 끝없이 매달린다. 그는 늘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안고 살아가며, 허전함을 메우려는 무거운 의무 속에 지쳐간다.

옛사람들이 ‘만족(滿足)’이라는 말을 만들 때, 욕망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오래 고민했을 것이다. 욕망이 발끝까지 차오르면 충분하다고 여기고, 거기서 멈추며 스스로 충족감을 느끼는 것. 그래서 ‘찰 만(滿)’과 ‘발 족(足)’이라는 글자를 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발끝이 아니라 허리, 어깨, 목까지 채워야만 비로소 안도한다. 그리하여 평생 불만족 속을 떠돌고, 마음은 결코 쉬지 못한다. 만족이란 욕망의 눈금을 스스로 낮추고, 발끝에서 차오르는 충만을 감사히 여기는 지혜다.

 

만족은 조건을 무한히 채우는 데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욕망의 기준을 한 칸 낮추고,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에 마음을 머물게 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 만족은 더 많은 것을 얻는 데서 비롯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충분하다’고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

결국 부족함이란 외부가 만든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 빚어낸 그림자에 불과하다. 발끝까지 차오르는 작은 행복을 알아보고, 그 안에서 머무를 줄 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다가올 것이다. 만족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삶을 고요히 물들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지혜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외부의 사물에 달려 있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

이 말을 만족의 맥락에서 풀어보면, 만족 역시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와 사건을 만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마음, 사회의 구조, 지나간 과거는 아무리 애써도 손아귀에 담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붙잡고 괴로워하며 불만족을 키운다.

 

에픽테토스가 전한 지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집중할 때, 불만족은 줄어들고 만족은 고요히 자리를 잡는다. 날씨를 바꿀 수는 없지만,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길 수 있듯, 세상을 다 바꾸지는 못해도 환경을 대하는 태도와 선택은 내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족은 세상을 내 뜻대로 만드는 데서 오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며 내 마음을 다스릴 때, 불만족은 잦아들고 만족은 삶 속에 뿌리내린다. 만족과 불만족은 결국 세상이 아닌, 내 마음의 문제다. 내면을 어떤 색으로 채색할 것인가는 오롯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마다, 만족과 불만족의 길은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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