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B

TMB트레킹

벽암거사 2026. 7. 1. 09:47

 

길 위에서 길을 묻다: TMB 트레킹을 떠나며

 

광활한 대자연의 품에서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청풍명월(淸風明月)에 무한히 취해볼까 합니다. 취해도 금하는 이가 없고 써도 다함이 없는 자연의 온전한 품속에서, 자유를 만끽하고자 합니다.

 

1786년, 인류 최초로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몽블랑을 정복한 세 인물의 이야기는 단순한 산악 모험담을 넘어, 제가 평소 강조해 온 만족과 행복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흔히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仁者樂山)'는 말처럼, 오늘부터 시작될 저의 몽블랑 트레킹 역시 대자연의 숭고함 속에서 내면을 닦고 욕망을 비워내는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이 거대한 도전에 얽힌 세 인물의 발자취를 다시금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이 위대한 여정의 시작점에는 스위스의 천재 과학자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Horace Bénédict de Saussure)가 있었습니다. 그는 부유한 귀족이자 학자로서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알프스의 신비를 밝히겠다는 학문적 열정 하나로 몽블랑 등정 노선을 개척하고 최초의 정복자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그에게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탐구와 경외의 대상이었으며, 그의 끈질긴 집념은 수많은 이들에게 도전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그리고 그 불씨를 받아 마침내 정상을 밟은 두 주인공이 바로 의사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Michel Gabriel Paccard)와 수정 광부이자 가이드였던 자크 발마(Jacques Balmat)입니다.

 

먼저 순수한 탐구심으로 산에 올랐던 파카르 박사는 제가 늘 말해온 '만족(滿足)'을 온몸으로 실천한 인물이었습니다.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듯, 만족이란 결코 욕망하는 수치를 목이나 머리끝까지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차오를 만(滿)에 발 족(足), 즉 욕망이 고작 발끝까지만 차올라도 그 자리에서 멈추고 자족할 줄 아는 '눈높이의 하향'이 진정한 만족의 본질입니다.

 파카르 박사는 자신의 등반 비용을 직접 부담하면서도, 정상에 서서 기압과 기온을 측정하는 학문적 성취와 대자연이 주는 그 순간의 충만함을 온전히 즐겼습니다. 나아가 소쉬르가 건 막대한 포상금마저 동료에게 전액 양보하며, 욕망을 발끝에서 다스리고 물질적 보상에 흔들리지 않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주었지요. 부족함과 허전함이란 외부의 물질적 결핍이 아니라 마음이 빚어낸 그림자일 뿐이며, 내 마음을 어떤 색으로 채색할 것인가는 주체적 선택에 달려 있다는 저의 지론을 완벽히 보여주는 태도입니다.

이와 반대로 공동 주역이었던 자크 발마의 행보는 욕망을 목 끝까지, 머리끝까지 채우려다 결국 파멸하고 만 인간의 경고판입니다. 발마는 소쉬르의 현상금을 목적으로 산을 올랐고, 영하의 추위와 고산병을 이겨낸 강인한 체력으로 등반에 크게 기여한 영웅이었습니다. 최초 등정이라는 역사적 영예와 파카르가 양보한 몫까지 챙기며 이미 과분한 성취를 얻었지요. 하지만 노자의 가르침인 "지지불태(知止不殆·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를 망각한 채, 욕망의 눈높이를 낮추지 못하고 멈추어야 할 때를 알지 못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온 후 그의 마음을 지배한 것은 원초적 탐욕이었습니다. 그는 돈에 눈이 멀어 동료의 명예를 가로채고 역사적 진실까지 조작하며 파카르 박사를 '자신이 업고 올라간 나약한 의사'로 깎아내렸습니다. 결국 그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은 당대의 허황된 환호 속에 자신을 가두었을지언정, 후대의 역사학자들에 의해 추악한 거짓이 밝혀지면서 불명예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들의 엇갈린 삶은 궁극적으로 인생의 참된 '행복(幸福)'이 어디에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저는 행복을 '투쟁에서 조화로 나아가는 과정'이자 '마음의 갈등이 풀려 고요해지는 상태'로 바라봅니다. 발마는 평생 동료를 배신한 죄책감과 거짓을 감추기 위한 내적 싸움 속에서 살아야 했기에 그 내면은 결코 고요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반면, 소외당하고 명예를 빼앗기고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파카르 박사는 비록 2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진실 위에서 온전한 조화와 평온을 되찾고 당당한 영웅으로 부활하여 오늘날 홀로 몽블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한 물질 만능의 거품 속에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정신적 가치에 무게를 둔 파카르 박사와 소쉬르의 태도야말로 타인의 시선이나 환경에 억지로 맞추지 않고 자존감을 지켜낸 가장 '나다운 삶'이자 안빈낙도의 실천이었습니다.

 

  저 광활한 몽블랑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지금 이 순간, 이 등정 비화가 남긴 준엄한 교훈을 다시금 되짚어봅니다. 참된 행복과 안락함은 속임수나 끝없는 탐욕으로 움켜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의 물질을 채우려는 끝없는 경쟁에서 벗어나, 욕망이 발끝에 찼을 때 그칠 줄 아는 지혜를 가질 때 마음의 갈등이 사라집니다. 소쉬르의 열정, 파카르의 지족(知足), 그리고 발마의 어리석음을 이정표 삼아 걸어가고자 합니다. 이번 트레킹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여정을 넘어, 욕망의 눈금을 비우고 가장 나다운 존재로서 위태롭지 않게 영원히 빛나는 진정한 행복의 길을 걷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참고>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을 한 바퀴 도는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

TMB와 몽블랑의 각 글자가 가진 의미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명칭.

 

1. TMB의 의미

TMB Tour du Mont Blanc의 앞 글자를 딴 약자.

T (Tour): 프랑스어로 '둘레길, 순환, 여행'

M (du): 프랑스어 '~'를 뜻하는 전치사 de

남성 명사 앞에 붙는 관사 le가 합쳐진 형태(de + le = du), '~'라는 의미.

B (Mont Blanc): 코스의 중심이 되는 산 이름인 '몽블랑'

TMB "몽블랑 둘레길(한 바퀴 돌기)"이라는 뜻.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는 약 170km의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

 

2. 몽블랑(Mont Blanc)의 의미

몽블랑은 프랑스어로 두 단어가 합쳐진 지명

Mont (): 프랑스어로 '(Mountain)'

Blanc (블랑): 프랑스어로 '하얀색(White)'

몽블랑은 "하얀 산(White Mountain)"

만년설과 거대한 빙하로 뒤덮여 일 년 내내 하얗게 빛나는 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이름

종합하면 TMB 몽블랑은 "만년설이 덮인 하얀 산(몽블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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